네팔 중북부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8월 26일 발생한 대홍수로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의 한국인 9명이 연락두절됐다. 네팔·중국 전체 사망자는 633명, 실종자는 3천 명에 육박하고, 네팔 정부가 추산한 재건 비용은 최대 50억 달러로 GDP의 10% 수준이다. 보도는 실종자 수색과 헬기 투입 상황에 집중된다. 건설 현장에서 이 사고를 보는 시각은 조금 다르다. 수력발전 프로젝트는 원래 물이 많고 지형이 험한 곳에 짓는 사업이고, 그 조건 자체가 공사 기간 내내 리스크로 남는다는 점이다.
## 배경: 왜 중요한가
수력발전소는 낙차와 유량이 확보되는 곳에만 지을 수 있다. 그래서 입지가 산악 계곡부로 고정된다. 접근로는 대개 계곡을 따라 난 단선 도로 하나뿐이고, 취수구·도수터널·수압관로·발전소가 강을 따라 길게 늘어선다. 평지 플랜트처럼 부지 안에 시설을 모아놓고 울타리를 치는 구조가 아니다. 선형으로 흩어진 현장이라 한 지점이 끊기면 전체가 고립된다.
여기에 히말라야 지역 특유의 조건이 겹친다. 급경사에 퇴적층이 두껍고, 상류에 빙하호가 있는 경우 호우와 빙하호 붕괴가 연쇄로 일어난다. 물만 내려오는 게 아니라 토석류가 함께 내려온다. 유량 예측 모델로 잡아둔 홍수위 기준을 토석류가 훌쩍 넘기는 이유다. 임시 가설물, 자재 야적장, 숙소, 터널 갱구는 대부분 강 가까운 낮은 곳에 있다. 공사 동선상 그럴 수밖에 없다.
네팔 정부가 주변국에 요청한 지원 항목이 이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일반 수색·구조보다 터널 구조, 교통·통신망 복구, 임시 교량 건설 같은 고난도 기술 지원을 우선 요청했다. 사람이 갇힌 곳이 터널이고, 접근을 막는 게 끊어진 교량이라는 뜻이다.
## 핵심: 일반 기사가 놓치는 지점
### 공사 중 현장은 완성된 발전소보다 약하다
완공된 수력발전소는 댐체, 여수로, 방수문이 설계 홍수량 기준으로 작동한다. 공사 중에는 그 방어 체계가 아직 없다. 가물막이로 물길을 돌려놓고 그 안에서 작업하는 상태가 수년간 이어진다. 가물막이의 설계 기준은 본 구조물보다 낮게 잡는 것이 통상적이다. 공사 기간에만 버티면 되기 때문에 재현 빈도 기준을 낮춰 경제성을 맞춘다. 이 판단은 정상적인 설계지만, 기준을 넘는 유량이 오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지점이 된다. 해외 건설의 자연재해 리스크가 완공 후보다 공사 중에 집중되는 구조적 이유다.
터널도 마찬가지다. 도수터널은 굴착 중에 갱구가 열려 있고, 내부에 배수 펌프와 환기 설비가 돌아간다. 정전되면 배수가 멈춘다. 물이 갱구로 들어오면 안쪽 인원의 탈출 경로가 그대로 침수 경로가 된다. 이번에 터널 내 고립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이 구조 때문이다.
### 리스크는 현장이 아니라 계약서에 배분돼 있다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실무적으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계약상 불가항력 조항이다. 공기 연장은 되는데 비용 보전은 안 되는 형태가 흔하다. 발주처가 공기만 늘려주고 추가 비용은 시공사가 떠안는 조건이면, 재해 한 번에 프로젝트 수익성이 뒤집힌다. EPC 일괄도급이면 설계·조달·시공 전부가 시공사 책임 범위에 들어가므로 노출이 더 크다.
보험도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건설공사보험은 물적 손해를 다루지만, 공기 지연에 따른 간접비, 재동원 비용, 지체상금은 별도 담보를 붙이지 않으면 빠진다. 손해사정과 지급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사이 현장 유지 비용은 계속 나간다.
한 가지 더. 발주처와 시공사, 그리고 지분 투자자가 갈리는 구조에서는 손실 배분이 단순하지 않다. 이번 사업처럼 발전 사업자와 건설사가 각각 참여하는 형태에서는 EPC 계약상 책임과 지분 투자 손실이 다른 층위에서 발생한다. 뉴스에는 '현장 사고'로 한 덩어리로 묶여 나오지만, 회계상으로는 다른 계정으로 잡힌다.
## 그래서 뭘 봐야 하나
첫째, 해외 건설 자연재해 리스크가 실적에 반영되는 시차다. 사고 발생과 손실 인식 사이에는 보통 몇 분기의 간격이 있다. 공사손실충당부채를 언제, 얼마나 쌓는지가 실제 규모를 가늠할 단서다. 사고 직후 주가 반응보다 이후 분기 보고서의 원가율 변화가 정보량이 많다.
둘째, 신흥국 인프라 사업의 조건 변화 여부다. 네팔·라오스·인도네시아 같은 지역의 수력·도로 사업은 공사비가 싸서 수익성이 나오는 구조인데, 재해 빈도가 올라가면 발주 조건에 재해 리스크 분담 항목이 들어가거나 보험료가 오른다. 어느 쪽이든 사업비가 오른다. 수주 잔고가 큰 회사일수록 신규 수주 마진율 추이를 같이 봐야 한다.
셋째, 재건 시장이다. 50억 달러 규모 재건 수요는 임시 교량, 도로 복구, 통신망 같은 분야에 실제 발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재원 조달이 국제 개발금융에 의존하는 구조라 집행 속도는 예상보다 느린 경우가 많다. 발주 시점과 자금 출처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넷째, 설계 기준 자체의 조정이다. 기존 강우 통계로 잡은 재현 빈도 기준이 최근 강우 패턴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국내외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가물막이나 임시 시설의 설계 기준이 상향되면 공사비가 오르고, 발주 단가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 간극이 시공사 부담으로 남는 기간이 있다.
이번 사고의 1차 관심사는 실종자 수색이고, 그게 맞다. 다만 산업 측면에서 남는 질문은 따로 있다. 산악 지형에 대형 인프라를 짓는 사업에서 공사 중 리스크를 누가, 어떤 조건으로 지고 있느냐다. 해외 건설의 자연재해 리스크는 사고가 났을 때 뉴스가 되지만, 비용이 결정되는 건 계약을 맺는 시점이다. 그 조건이 바뀌는지를 보는 게 실적 숫자보다 앞선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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