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택시가 연평균 91.8% 성장하고, eVTOL 버티포트가 2028년까지 전 세계 1,044개 지어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CES 2025에서는 운전자의 뇌파를 읽는 시스템, 표정으로 감정을 파악하는 인캐빈 센싱이 줄줄이 공개됐다. 기사에는 시장 규모와 성장률 숫자가 촘촘히 박혀 있다. 현장에서 보면 순서가 반대다. 이 숫자들은 결과값이고, 그 앞에 인프라·인증·운영이라는 변수가 놓여 있다.
## 배경: 왜 중요한가
모빌리티 산업의 변화는 지금 세 갈래로 진행된다. 차 안에서 운전자 상태를 읽는 AI, 운전자를 아예 없애는 자율주행, 지상 도로를 벗어나는 eVTOL이다. 세 축 모두 기술 시연 단계는 넘어섰다.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미 요금을 받고 운행 중이고, 죽스는 운전대 없는 4인승 차량을 라스베이거스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조비 에비에이션은 4만 마일 넘는 비행 데이터를 쌓고 FAA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도 K-UAM 그랜드 챌린지로 2025년 4월 첫 유인 시험 비행에 성공했고, 서울 강남·서초에서 로보택시가 3개월간 7,500km를 주행했다. 다만 운전자 없는 완전 자율주행은 법적 제약에 걸려 있다. 기술 검증과 상업 운행 사이에 놓인 거리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거리가 기술 격차가 아니라는 점이다. 7,500km 주행 테스트를 통과한 차량과 무인 상업 운행을 하는 차량 사이에는 성능 차이보다 책임 소재, 보험 구조, 사고 시 데이터 제출 의무 같은 제도적 조건이 더 크게 자리한다. 시장 전망치는 이런 조건이 순조롭게 해결된다는 가정 위에서 계산된다.
## 핵심: 일반 기사가 놓치는 지점
성장률 91.8%나 35.6% 같은 숫자는 대개 특정 연도의 작은 기저에서 출발한다. 로보택시 시장은 2023년 4억 달러였다. 절대 규모가 작을 때 성장률은 크게 나온다. 문제는 그 성장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게 차량 대수가 아니라 그 차량을 굴리는 판이라는 점이다.
### 세부 포인트 1 — 자율주행의 병목은 차량이 아니라 운영
무인 로보택시 한 대를 도심에 띄우려면 차량 외에 필요한 게 많다. 원격 관제 인력, 차량 회수·청소·충전을 담당하는 디포, 사고나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개입하는 절차, 그리고 이 모든 걸 관할 당국에 보고하는 체계다. 웨이모가 도시를 하나씩 늘려가는 속도가 느려 보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차량 성능은 이미 확보돼 있고, 도시마다 새로 깔아야 하는 건 관제 인력과 디포 부지, 지역 규제 대응이다.
국내 상황을 볼 때도 이 구분이 필요하다. 주행 테스트 거리보다 무인 운행을 허용하는 법적 틀과 사고 책임 배분 규칙이 언제 정리되는지가 실제 상용화 시점을 결정한다. 이 부분은 기술 개발 속도로 앞당기기 어렵다.
### 세부 포인트 2 — eVTOL은 항공기 인증과 지상 인프라, 두 관문을 함께 통과해야 한다
버티포트 1,044개라는 숫자는 이미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물량을 합친 값이다. 버티포트는 헬리패드에 충전기를 얹은 시설이 아니다. 이착륙 패드, 대용량 급속충전 설비, 소음 관리, 승객 동선, 주변 건물과의 이격 거리, 도심 전력 인입 용량까지 걸린다. 특히 전력 인입은 도심에서 확보하기 쉬운 자원이 아니다. eVTOL 여러 대가 동시에 충전하면 순간 부하가 크게 튀는데, 이건 부지 확보와 별개로 배전망 증설이 필요한 문제다.
여기에 항공기 인증이 겹친다. 조비가 소음 최소화와 안전성 입증에 집중한다는 대목이 그 지점이다. 항공 인증은 자동차 인증과 달리 절차가 길고 중간 단계에서 설계 변경이 생기면 그만큼 되돌아간다. eVTOL 시장이 2031년 32억 달러라는 전망을 갖고 있어도, 그 경로는 인증 일정 하나에 크게 흔들린다.
## 그래서 뭘 봐야 하나
세 가지 정도를 볼 만하다.
첫째, 자율주행에서는 누적 주행거리보다 무인 상업 운행이 허용된 지역 수와 그 지역의 운행 조건을 보는 게 실질적이다. 시간대 제한, 속도 제한, 안전요원 탑승 여부가 풀리는 순서가 상용화 진도를 보여준다.
둘째, eVTOL은 버티포트 계획 수보다 실제 준공되고 전력 인입까지 끝난 시설이 몇 개인지가 지표에 가깝다. 인증 진행 단계도 마찬가지다. 형식증명 어느 단계에 있는지가 발표된 목표 연도보다 정확하다.
셋째, 부품·인프라 쪽은 완성차보다 변동 폭이 작을 수 있다. 인캐빈 센싱 카메라, 라이다, 차량용 통신 모듈, 충전 설비, 배전 기자재는 어느 사업자가 이기든 공통으로 들어간다. 다만 자율주행 상용화가 늦어지면 이 수요도 함께 밀린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기사에 언급된 5G 커넥티드카 요금제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월 8,800원에 250MB, 터널에서 끊기는 연결. 차량이 통신에 의존할수록 통신 품질은 편의 기능이 아니라 안전 기능이 된다. 자율주행이 진짜로 확산되려면 이 부분의 기준선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 마무리
자율주행과 eVTOL은 기술 시연 단계를 지났고, 이제 인증·인프라·운영 규칙이 속도를 정한다. 성장률 숫자는 이 조건들이 해결된 뒤의 그림이지, 조건 자체를 말해주지 않는다. 발표된 목표 연도보다 인증 단계와 준공된 인프라 숫자를 따라가는 편이 현실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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