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특화 AI 기업 마키나락스가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언론은 이 회사를 '한국의 팔란티어'로 호명하고, 정작 그 팔란티어는 52주 신고가 대비 30% 넘게 빠졌다. 오픈AI 같은 모델사가 기업용 AI 구현 영역까지 내려오면서 엔터프라이즈 AI 플랫폼의 해자 자체가 흔들린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공장 현장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 논쟁은 애초에 절반쯤 엉뚱한 곳을 겨누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 AI 프로젝트가 죽는 이유는 모델사가 쳐들어와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 배경: 왜 중요한가
마키나락스가 내세우는 제품은 '런웨이'라는 산업용 AI 운영체계다. 모델 개발부터 배포·운영까지를 관리하고, 외부망이 끊긴 폐쇄망 환경에서도 돌아간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제시한다. 제조와 국방, 두 축이다. 현대차 투자를 받고 아산공장 로봇 지능화 사업을 수주하면서 '제2의 레인보우로보틱스' 기대감도 붙었다.
문제는 숫자다. 결손금이 650억 원대, 자기자본이 144억 원. 누적 적자가 자본의 네 배를 넘는다. 국내 AI 관련 첫 SaaS 상장이라는 상징성 탓에, 이 회사의 성패는 뒤이어 줄 선 AI 기업들의 공모 밸류에이션 기준점이 된다.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그리고 하필 이 타이밍에 팔란티어가 흔들린다. 실적은 나쁘지 않은데 경쟁 심화와 밸류에이션 부담이 겹쳤다. '모델사가 애플리케이션 계층을 삼킨다'는 서사가 SaaS 전반을 짓누르는 국면에서, 마키나락스는 그 서사의 국내판 첫 시험 케이스로 무대에 오른 셈이다. 회사 스스로도 "같은 한계 요소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 핵심: 일반 기사가 놓치는 지점
기사들은 대체로 "오픈AI가 내려오면 마키나락스가 위험한가"를 묻는다. 현장 관점에서 이 질문은 우선순위가 낮다. 공장 라인에 AI를 붙여본 사람이라면, 프로젝트를 죽이는 건 모델 성능이 아니라 그 앞단이라는 걸 안다. 설비마다 다른 태그 네이밍, 10년 전 PLC와 작년에 들어온 로봇이 같은 라인에서 뒤섞인 이기종 환경, 품질 판정 기준이 반장 재량으로 굴러가는 암묵지. 마키나락스를 평가하려면 이 지점을 봐야 한다.
### 세부 포인트 1 — '폐쇄망'은 해자인가, 유지비인가
회사는 폐쇄망 대응과 보안 레퍼런스를 방어 논리로 든다. 대기업이 핵심 공정 데이터를 외부 모델사에 넘기기 어렵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실제로 반도체·이차전지·방산 라인의 데이터는 물리적으로 망이 분리돼 있고, USB 반입조차 결재 대상이다.
다만 현장 감각으로 보면 에어갭은 양날의 칼이다. 온프레미스 배포 자체는 이미 여러 벤더가 한다. 진입장벽으로서의 값어치는 생각보다 얕다. 반대로 비용은 확실하다. 폐쇄망에서는 모델 업데이트마다 사람이 들어가야 하고, 고객사 보안 심사를 통과해야 하며, 원격 디버깅이 안 된다. 즉 폐쇄망은 경쟁사를 막아주는 벽인 동시에, 자사 엔지니어의 발도 묶는 벽이다. 매출총이익률을 갉아먹는 쪽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진짜 해자가 있다면 폐쇄망이라는 물리적 조건이 아니라, 그 안에서 10년간 쌓인 공정 데이터 스키마와 도메인 지식의 구조화 수준일 것이다. 이건 외부에서 확인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 세부 포인트 2 — 제조 AI 매출은 왜 반복 매출이 되기 어려운가
팔란티어와의 비교에서 정작 중요한 건 체급이 아니라 매출의 결이다. 제조 현장 AI는 라인 단위로 커스터마이징된다. A공장 도장 라인에서 검증한 이상탐지 모델이 B공장 조립 라인에서 그대로 돌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설비가 다르고, 센서 위치가 다르고, 불량 정의가 다르다.
그래서 이 바닥의 매출은 구독료가 아니라 용역비를 닮아간다. PoC는 잘 되는데 전사 확산이 안 되는 이른바 'PoC 무덤'이 반복되는 구조적 이유다. 마키나락스가 '한국의 팔란티어'라는 호칭에 값하려면, 런웨이라는 플랫폼이 프로젝트마다 새로 짜는 도구가 아니라 라인이 늘수록 한계비용이 떨어지는 자산임을 보여줘야 한다. 증권사 실무자가 "레퍼런스가 반복 매출과 수익성으로 이어지는지를 시장이 계속 확인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정확히 이 지점이다.
## 그래서 뭘 봐야 하나
단정할 수 있는 건 없다. 다만 관찰 지표는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첫째, 매출총이익률의 방향성이다. 플랫폼 회사라면 매출이 늘수록 원가율이 떨어져야 한다. 이 곡선이 평평하다면, 사업의 실체는 SaaS보다 SI에 가깝다는 신호로 읽을 여지가 있다.
둘째, 매출 구성의 공시 수준이다. 라이선스·구독 매출과 구축·용역 매출을 분리해서 보여주는지, 그리고 그 비중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 분해가 안 나오면 아무리 좋은 레퍼런스도 검증 불가 영역에 남는다.
셋째, 레퍼런스의 복제 여부다. 완성차 한 공장에서의 성공이 같은 그룹의 다른 공장으로, 나아가 다른 고객사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투입 인력. 이게 짧아지면 플랫폼이 맞고, 매번 비슷하면 아니다.
넷째, 국방 매출의 계약 구조다. 방산 특성상 장기·안정적이지만 확장 속도는 느리고 인식 가능한 매출 시점도 다르다. 제조 매출과 섞어서 성장률을 보면 그림이 왜곡될 수 있다.
## 마무리
'한국의 팔란티어'라는 수식어는 기대이자 함정이다. 팔란티어가 최근 흔들린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계층의 해자를 시장이 재평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키나락스가 마주한 질문도 결국 같다. 다만 그 답은 모델사와의 정면 대결이 아니라, 공장 바닥에서 라인 하나를 늘릴 때 사람이 몇 명 더 들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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