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KAI)는 2026년 1분기 매출 1조 927억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수주잔고는 26조 원대 중반에서 27조 원대 사이로 보도된다. KF-21 체계개발 종결 행사도 열렸고, 10월에는 이집트 국제에어쇼와 모로코 에어쇼에 FA-50을 들고 나갔다. 뉴스는 "수주 30조",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양산국" 같은 표현을 앞세운다. 현장에서 보는 장면은 조금 다르다. 수주잔고는 계약서에 적힌 금액이고, 실적은 기체가 조립라인을 빠져나와 고객이 인수 서명을 한 뒤에야 생긴다. 그 사이의 시간이 이 회사의 진짜 변수다.
배경: 왜 중요한가
한국항공우주의 2026년 가이던스는 별도 기준 매출 5조 7,306억 원, 신규 수주 10조 4,383억 원이다. 1분기 매출 1조 927억 원을 단순히 4배 하면 4조 4,000억 원 남짓으로 목표에 못 미친다. 회사와 증권가가 "하반기 계단식 개선"을 말하는 이유다. 개선의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KF-21 최초 양산 물량의 인도 개시, 다른 하나는 폴란드 FA-50 본계약 물량의 생산 본격화다.
KF-21 양산 계약은 2024년 6월 최초 20대(후속군수지원 포함) 1조 9,600억 원, 2025년 6월 잔여 20대 2조 3,900억 원으로 보도됐다. 합쳐 40대, 약 4조 3,500억 원이며 인도는 2028년까지로 알려져 있다. 양산 1호기는 2026년 3월 25일 출고됐고 4월에 첫 비행을 했다. FA-50 수출 물량은 폴란드 36대, 말레이시아 18대, 필리핀 12대로 총 66대다. 이 두 기종이 향후 3년간 매출의 뼈대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방산 매출 인식의 구조다. 장기 공급계약은 보통 진행률 기준으로 매출을 잡지만, 완제기 사업은 공정 투입 원가가 매출 인식의 척도가 된다. 즉 자재가 들어오고 공정이 진행되는 만큼만 매출이 생긴다. 수주잔고가 27조 원이어도 올해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양에는 상한이 있다. 그 상한을 정하는 것이 생산능력, 핵심 구성품 조달, 그리고 인력이다.
핵심: 일반 기사가 놓치는 지점
기사들은 수주잔고 증가와 영업이익 개선 시점을 다룬다. 1분기 영업이익 671억 원이 시장 기대치를 15%가량 밑돌았다는 점도 "일시적 요인"으로 정리된다. 현장 관점에서 더 봐야 할 것은 그 일시적 요인이 어디서 생기는지다. 완제기 사업에서 분기 실적을 흔드는 변수는 대부분 세 가지다. 핵심 구성품 입고 시점, 양산 초기 공정 안정화, 그리고 고객 검수 일정이다. 이 셋은 회사가 통제하기 어렵고, 수주잔고 숫자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세부 포인트 1: 엔진과 레이더는 외부에서 온다
KF-21의 엔진은 GE의 F414, FA-50은 GE의 F404 계열이다. 공개된 사실이다. 전투기 생산에서 엔진은 가장 긴 리드타임을 가진 품목 중 하나이고, 미국 수출통제 체계 아래에서 인도 일정이 결정된다. 기체 구조물은 사천 공장에서 리벳을 박으며 일정을 당길 수 있지만, 엔진이 안 오면 지상시험도 시험비행도 못 한다. KF-21의 AESA 레이더(능동위상배열 레이더, 수천 개의 송수신 소자가 독립적으로 빔을 만드는 방식)는 국내 업체가 공급하지만, 그 안의 핵심 반도체 소자는 공급망 의존이 있다는 점이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지적된다.
양산 초기에는 이 구성품들의 입고가 분기 단위로 몰리거나 밀린다. 1분기 매출이 기대보다 낮고 하반기에 몰리는 패턴은 그래서 생긴다. 이것은 KAI만의 문제가 아니라 완제기 사업의 구조다. 다만 수주잔고가 커질수록 이 변동폭도 금액 기준으로 커진다. 분기 실적을 한 번 보고 추세를 판단하면 틀릴 확률이 높다.
세부 포인트 2: 66대 수출 물량은 생산이 아니라 운용에서 승부가 난다
FA-50 수출 66대는 폴란드, 말레이시아, 필리핀 세 나라에 걸쳐 있다. 각국의 요구 형상이 조금씩 다르다. 폴란드 물량의 경우 공중급유 능력과 장거리 공대공 무장 통합이 계약 조건으로 공개돼 있었고, 이 형상 개발이 인도 일정과 연동됐다. 형상이 다르면 생산라인에서 구성품 관리가 복잡해지고, 인증 시험도 각각 다시 받아야 한다.
더 어려운 것은 인도 이후다. 전투기 수출 계약의 금액 중 상당 부분이 후속군수지원(부품·정비·훈련)인데, 이는 수십 년에 걸쳐 들어오는 매출이자 동시에 가동률 책임이다. 폴란드처럼 NATO 운용체계에 들어가는 고객은 가동률 기준이 계약에 명시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가동률을 맞추려면 현지 정비 거점과 부품 재고가 필요하고, 이것은 초기 투자다. 수출이 늘수록 매출도 늘지만 운용 지원 조직도 그만큼 커져야 한다. 이집트와 모로코 에어쇼 참가는 그런 의미에서 "수주 소식"이 아니라 "지원 조직을 중동·아프리카까지 늘릴 각오"로 읽어야 한다.
그래서 뭘 봐야 하나
첫째, 수주잔고 증가율보다 분기별 매출 인식 속도다. 수주잔고 27조 원이 매출 5.7조 원으로 바뀌려면 연간 소진율이 20% 수준이어야 한다. 이 비율이 올라가는지, 아니면 수주만 쌓이고 소진은 더딘지가 생산능력의 실질 지표다. 소진이 느리면 수주잔고는 자산이 아니라 미이행 의무가 된다.
둘째, KF-21 공군 인도 실적이다. 양산 1호기 출고 이후 공군 인도 시점은 자료마다 다르게 적혀 있고, 6월에는 예산 문제로 전력화 지연 가능성이 언급됐다. 2028년까지 40대라는 계획이 연간 몇 대씩 실제로 넘어가는지 확인하는 것이 영업이익 추정의 출발점이다. 공개된 자료로는 분기별 인도 대수가 확인되지 않는다.
셋째, 영업이익률이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6% 남짓이다. 양산 초기에는 학습곡선 효과가 아직 작고 시험·검수 비용이 높아 이익률이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대수가 늘면서 이익률이 올라가는지, 아니면 수출 형상 변경 비용과 지원 조직 투자로 눌리는지가 갈림길이다. 방산 완제기 사업에서 이익률 두 자리를 지속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마지막으로, 신규 수주 10조 원 목표는 대형 수출 계약 한두 건에 좌우된다. 에어쇼 참가 자체는 성과가 아니다. 계약 조건에 현지 생산이나 기술이전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가 이익률을 결정한다.
한국항공우주의 현재 국면은 "개발을 끝내고 양산을 시작한 회사"다. 이 단계의 리스크는 수주가 아니라 실행이다. 수주잔고 숫자는 이미 충분히 크고, 남은 질문은 그 숫자가 어떤 속도와 어떤 이익률로 매출이 되느냐다. 기사 제목이 아니라 분기 인도 대수와 소진율을 보는 것이 현장에 가까운 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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